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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좋은 것들

은행 대출만 채무가 아닙니다 — 정리부터 판단까지

2026년 6월 30일

은행 대출만 채무가 아닙니다 — 정리부터 판단까지

경영이 어려워진 원장에게 "지금 채무가 얼마입니까?"라고 물으면 대부분 은행 대출 잔액을 답합니다. "5억쯤 남았습니다" 또는 "3억 정도입니다"처럼요.

그런데 그 숫자만 놓고 판단하면 착각에 빠집니다. 실제로 갚아야 하는 돈은 그보다 훨씬 큽니다. 그리고 그 착각 위에서 내린 결정 — "이 정도면 조금 더 버티면 될 것 같다" 또는 "이 정도로는 회생까지는 필요 없겠다" — 이 결국 가장 무거운 결과를 만듭니다.

이 글은 채무를 실제로 다 꺼내 보는 법과, 그 위에서 어떻게 판단할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왜 은행 대출만 보면 안 되는가

머릿속에 잘 기억되는 채무와 잘 잊히는 채무가 있습니다.

잘 기억되는 것은 매달 통장에서 이자가 빠져나가는 은행 대출, 원리금 상환이 자동이체되는 금융권 대출입니다. 매달 눈에 보이니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잘 잊히는 것은 이런 것들입니다.

이것들 하나하나는 작아 보입니다. 그러나 다 합치면 은행 대출 규모에 필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은행 대출이 5억인 원장이 위 항목들을 다 더해보면 실제 총 채무가 6~7억으로 나오는 일이 흔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위 항목 중 상당수는 폐업했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폐업 시점에 일시에 청구되어 원장을 놀라게 합니다. 직원 퇴직금, 리스 중도해지 위약금, 밀린 임대료 정산, 부가세 확정신고에 따른 추가 납부 — 이런 것들이 폐업 다음 달의 청구서로 돌아옵니다.


정리해야 할 채무의 목록

한 번은 앉아서 다 꺼내 보아야 합니다. 종이 한 장을 놓고 다음 범주를 하나씩 짚어가십시오.

1. 금융권 대출

은행·저축은행·캐피탈 대출 원금과 이자 잔액. 근저당권이 설정된 담보 대출은 별도로 표시합니다. 이자율과 만기도 같이 적어두면 나중에 쓸모가 있습니다.

2. 신용카드 관련

카드사별로 사용 잔액, 리볼빙 잔액, 현금서비스 잔액, 카드론 잔액. 개인 카드로 병원 운영비를 결제한 것도 사업 채무로 봐야 합니다. 카드 대금은 다음 달에 실제로 빠져나가야 하는 돈이라 현금흐름 계산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3. 리스·렌탈 계약

치과는 리스·렌탈이 많습니다. 유닛체어, 카트, 컴프레서, 소독기, 스캐너, 파노라마, 심지어 정수기·복합기·유니폼 세탁까지. 각 계약마다 다음을 확인하십시오.

폐업하면 이 계약들을 정리해야 하는데, 중도해지 위약금이 계약당 수백만 원, 다 합치면 천만 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걸 미리 계산 안 하면 폐업 다음 달의 청구서를 받고 놀라게 됩니다.

4. 상거래 채권

재료상, 기공소, 임플란트 회사, 청소·소독 업체 등에 지불하지 않은 금액. 세금계산서 발행일 기준으로 미결제된 것들을 다 찾으십시오. 이건 회생 절차에서 조정 대상이 되지만, 폐업만 하는 경우에는 그대로 갚아야 하는 채무입니다.

5. 세금·공과금

세금과 4대 보험료는 법적으로 우선변제 대상입니다. 회생 절차에서도 대부분 조정되지 않고 그대로 갚아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부분을 반드시 별도로 표시해두십시오.

6. 임대료

밀린 임대료. 그리고 폐업 시점에 정산해야 할 원상복구 비용, 잔여 계약 기간 관련 위약 가능성. 임대인에 따라 원상복구를 두고 감정이 격해질 수 있어 예상 지출을 넉넉히 잡아두시는 게 좋습니다.

7. 직원 관련

직원 채무는 임금채권보장법상 우선변제 대상이며, 회생 절차에서도 대부분 조정되지 않습니다. 반드시 챙기십시오.

8. 개인 채무

지인, 가족, 친척에게 빌린 돈. 정식 차용증이 없어도 채무입니다. 특히 회생 신청 시 이 부분을 숨기면 문제가 됩니다. 정리 단계에서 다 꺼내십시오.


정리하고 나면 채무의 성격이 보입니다

이 목록을 다 만들고 나면, 채무마다 성격이 다르다는 게 보입니다. 크게 세 종류로 나뉩니다.

조정 가능한 채무 (회생 절차에서 감면·유예 가능)

조정이 어렵거나 우선변제 대상 (회생해도 대부분 그대로 갚아야 함)

폐업 시점에 정산되는 채무 (즉시 청구되는 것들)

이 구분이 왜 중요하냐면 — 회생을 통해서도 줄일 수 없는 돈이 실제로 얼마인지가 이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이걸 알아야 회생 후 감당 가능한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폐업만 하면 될까, 회생이 필요할까

정리가 끝났으면 이제 판단 단계입니다. 대략의 기준을 짚어드립니다. 정확한 판단은 변호사·세무사·회계사와 상의하셔야 하지만, 스스로도 감을 잡아두시면 도움이 됩니다.

폐업만으로 가능한 상황의 특징

회생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의 특징

개인파산이 검토되는 상황의 특징

이건 대략적인 감이지, 정확한 판단은 아닙니다. 특히 회생과 파산은 채무 총액뿐 아니라 향후 소득 예측·자산 구성·부양가족 수·건강 상태까지 종합적으로 봐야 결정됩니다. 그래서 스스로 감을 잡은 다음에는 반드시 도산법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십시오.


정리 자체가 첫걸음입니다

이 목록을 만드는 일은 감정적으로 어려운 작업입니다. 잊고 있던 채무를 하나씩 꺼내는 과정이라, 예상보다 큰 숫자가 나오면 그 자리에서 몸이 굳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숫자를 마주하지 않으면 판단이 시작되지 않습니다. 착각 위에서 내린 결정은 결국 더 큰 대가로 돌아옵니다. 정확한 숫자를 알아야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고, 정확한 판단이 있어야 그 다음 절차 — 폐업이든 회생이든 파산이든 — 를 자신 있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종이 한 장, 두 시간이면 됩니다. 채무 목록을 다 꺼내 놓고 합을 내보십시오. 그 숫자가 지금 본인의 실제 위치입니다.

그 위치를 아는 것부터 다음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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