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로 돌아가기
알면 좋은 것들

개인회생, 간이회생, 일반회생 — 나는 왜 길을 바꿔야 했나

2026년 6월 1일

위기에 몰린 원장님이라면 한 번쯤 '회생'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셨을 겁니다. 그리고 곧 막막해지셨을 겁니다. 개인회생, 간이회생, 일반회생, 거기에 파산까지. 비슷해 보이는 이름들이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나는 어디에 해당하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으셨을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그 길들을 알아보고, 한 경로를 준비하다 다른 경로로 옮겨가야 했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법조문을 나열하는 것보다, 실제로 그 갈림길에 서 봤던 사람의 이야기가 더 도움이 될 거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먼저 큰 그림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빚을 정리하는 법적 절차는 크게 네 갈래로 나뉩니다.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는지는 대체로 두 가지가 결정합니다. 빚의 규모, 그리고 사업을 계속할 것인가 접을 것인가입니다.

개인회생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길입니다. 다만 채무 한도가 있습니다. 담보가 있는 빚은 15억 원, 없는 빚은 10억 원까지입니다. 이 한도를 넘으면 개인회생은 처음부터 선택지가 아닙니다. 저의 경우가 그랬습니다. 병원을 확장하며 쌓인 채무가 이 한도를 훌쩍 넘었기에, 개인회생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길은 저에게 닫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처음 준비했던 것이 간이회생이었습니다. 간이회생은 채무가 일정 규모(담보 50억, 무담보 30억) 이하인 개인사업자나 중소기업이 신청할 수 있는 절차입니다. 일반회생을 간소화한 것이라, 절차가 더 빠르고 비용도 적게 듭니다. 그러나 제가 간이회생에 마음을 두었던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사업을 계속하면서 그 영업이익으로 빚을 갚아나가는 구조였기 때문입니다. 병원 문을 닫지 않고, 진료를 이어가며 회생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그때 제가 붙잡고 싶었던 마지막 희망이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그 희망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임대 관계가 명도소송으로 이어지면서, 저는 병원 자리를 비워줘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폐업이 불가피해진 것입니다. 그리고 폐업이 결정되는 순간, 간이회생의 전제 자체가 무너졌습니다. 간이회생은 '사업을 계속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사업을 접어야 한다면 그 길로는 갈 수가 없으니까요.

그렇게 저는 일반회생으로 경로를 바꿔야 했습니다. 일반회생은 채무 한도에 제한이 없고, 사업을 계속하든 접든 신청할 수 있는 가장 폭넓은 절차입니다. 폐업하고 봉직의로 일하게 되면, 영업소득자가 아니라 급여소득자가 됩니다. 매달 들어오는 급여를 기반으로 변제 계획을 세워 빚을 갚아나가는 것입니다. 다만 절차가 더 복잡하고, 채권자 동의 요건도 더 까다롭습니다.

돌아보면, 저는 일반회생을 '선택'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업을 살리려 간이회생을 준비했지만, 폐업이라는 상황이 저를 일반회생으로 밀어 넣은 것입니다. 제 의지로 고른 길이 아니라, 상황이 결정한 길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이유는, 회생의 갈래가 단순히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로 정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서입니다. 빚의 규모가 길을 좁히고,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다시 길을 가릅니다. 그리고 그 조건들은 종종 내 뜻과 무관하게 움직입니다. 임대인의 결정, 채권자의 태도, 매출의 흐름 같은 것들이요.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이 지금 어느 갈림길에 서 있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입니다. 채무 규모는 얼마인지, 사업을 계속할 여지가 있는지 없는지. 이것에 따라 갈 수 있는 길이 완전히 달라지고, 길마다 준비해야 할 것과 결과가 다릅니다. 막연히 '회생하면 되겠지'가 아니라, '나는 이 조건이니 이 길로 갈 수 있다'를 알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지금 제가 풀어드린 이야기는 제 경험과 일반적인 정보일 뿐, 정확한 법률 판단이 아닙니다. 회생은 채무 구조, 재산, 소득, 채권자 구성에 따라 경로와 결과가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같은 '의사'라도 누구는 간이회생이 맞고 누구는 일반회생이 맞습니다. 그 판단은 반드시 도산법을 전문으로 다루는 변호사와 상의하셔야 합니다. 저는 그 길을 먼저 지나온 사람으로서 지도의 큰 윤곽을 그려드릴 수 있을 뿐, 당신의 정확한 좌표를 찍어드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길은 생각보다 여러 갈래로 나 있습니다. 막다른 길처럼 보여도, 옆으로 난 문이 있습니다. 제가 간이회생에서 일반회생으로 길을 바꿔 결국 빚을 정리하고 있는 것처럼요. 중요한 것은 멈춰 서서 길을 잃지 않는 것, 그리고 정확한 길을 아는 사람에게 묻는 것입니다.

← 이야기로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