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로 돌아가기
알게 된 것들

위기는 사람을 어떻게 변하게 하는가

2026년 6월 2일

폐업과 회생을 지나오며 가장 부끄러웠던 것은, 돈을 잃은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변해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위기가 깊어질수록, 저는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갔습니다. 평소라면 웃으며 받았을 직원의 사소한 실수에 날카로워졌고, 거래처의 전화번호가 뜨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받지 못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가족의 평범한 질문에도 까닭 없이 예민해졌습니다. 돈이 마르면 마음의 여유도 함께 마른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그러나 가장 저를 부끄럽게 한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거짓말이었습니다.

저는 거짓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것이었습니다. 대금 결제가 밀린 거래처에 "다음 주에는 꼭 넣어드리겠다"고 말했지만, 그 다음 주에도 넣지 못할 것을 사실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걱정하는 직원에게 "괜찮아, 곧 나아질 거야"라고 했지만, 괜찮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제가 잘 알았습니다. 가족에게도, 주변에도, 저는 실제보다 상황을 낫게 말했습니다.

그 거짓말들은 처음엔 선의의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상대를 안심시키려고, 걱정을 덜어주려고 하는 말 같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상대를 위한 말이 아니라, 사실은 저를 지키기 위한 말이었다는 것을요. 진실을 입에 올리는 순간 마주해야 할 현실이 두려워서, 저는 거짓이라는 얇은 막 뒤에 숨었던 것입니다. 회피였습니다.

물론 이것이 저라는 사람의 부족함 때문이라는 것을 압니다. 더 단단하고 정직한 분이라면, 위기 속에서도 진실을 말할 용기를 잃지 않으셨을 겁니다. 실제로 그런 원장님들도 계실 겁니다. 저보다 현명하게, 끝까지 솔직함을 지키며 위기를 통과하는 분들이요.

그러나 제가 이 부끄러운 이야기를 굳이 꺼내는 이유는, 이것이 생각보다 쉽게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위기는 평범한 사람을 회피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회피는 거의 언제나 작은 거짓말에서 시작됩니다. 누구나,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그 길로 들어설 수 있습니다. 저는 제가 그런 사람이 될 줄 몰랐습니다. 위기에 처하기 전까지는요.

문제는, 그 거짓말이 결국 관계를 더 망가뜨린다는 것입니다. 당장의 곤란은 모면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상대가 받는 충격은 훨씬 커집니다. 미리 솔직하게 말했다면 이해받을 수 있었을 일이, 숨겼다는 사실 하나로 신뢰가 무너집니다. 저는 돈을 갚지 못해서가 아니라, 솔직하지 못해서 더 많은 관계를 잃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거짓말을 믿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제 "괜찮다"는 말을 믿고 기다려준 사람들. 제 "곧 해결된다"는 말에 마음을 놓았다가, 끝내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상처받은 사람들. 저는 그분들께 깊이 미안합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씀드렸다면, 그분들이 스스로를 지킬 시간이라도 가지셨을 텐데. 제 거짓말은 결국 그분들이 대비할 기회마저 빼앗은 셈이었습니다. 저를 믿어주신 마음에, 저는 거짓으로 답한 것입니다. 그 빚은 회생 절차로도 갚아지지 않는, 마음의 빚으로 아직 제게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위기 속에 계신 원장님께 조심스럽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혹시 지금, 누군가에게 "괜찮다"고, "곧 해결된다"고 말하고 계시지는 않은지요. 그 말이 정말 사실인지, 아니면 마주하기 두려운 현실을 잠시 덮는 말인지, 한번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 어렵겠지만, 가능하다면 솔직해지십시오. 당신을 믿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도요. 솔직함은 그들에게 최소한 대비할 시간을 주고, 그 시간이 당신을 향한 신뢰를 끝까지 지켜줍니다.

진실을 말하는 것은 당장은 더 고통스럽습니다. 그러나 거짓으로 미룬 고통은 사라지지 않고, 이자가 붙어 돌아옵니다. 빚처럼요. 저는 그것을 너무 늦게 배웠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잃지 말아야 할 마지막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돈이 아니라 솔직함이라는 것을요.

← 이야기로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