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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기록

세상은 생각보다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2026년 6월 1일

폐업을 결심하던 밤을 기억합니다.

그날 저는 내일 아침이면 세상이 끝나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저라는 사람도 그 잔해 속에 함께 묻힐 거라고요. 그 밤의 공포는 빚의 액수보다 컸습니다. 숫자는 셀 수 있었지만, '끝장'이라는 그 막연한 감각에는 바닥이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도, 해는 떴습니다.

너무 당연해서 우습게 들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날의 저에게는 그것이 작은 충격이었습니다. 세상이 끝났어야 하는데, 아침은 여느 때처럼 왔습니다. 가족은 곁에 있었고, 저는 여전히 진료를 볼 수 있는 치과의사였습니다. 무너졌어야 할 많은 것들이, 모양을 조금 바꾸었을 뿐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당장의 연체가, 돌아오는 결제일 하나가 당신의 삶을 망가뜨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작 삶을 망가뜨리는 것은 연체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막으려는 무리수입니다.

저를 무너뜨린 것도 연체가 아니었습니다.

연체가 무서웠던 저는, 그 한 건을 막기 위해 무리수를 두기 시작했습니다. 카드로 막고, 그 카드를 막으려고 다른 곳에서 빌리고, 그곳을 막으려고 또 더 나쁜 곳으로 손을 뻗었습니다. 한 번의 연체를 피하려던 그 작은 발버둥이, 두 번째와 세 번째 무리수를 불렀습니다. 막을 때마다 잠깐 숨이 트이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매번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악순환의 무서운 점입니다. 연체를 막는 행위가 당장은 위기를 넘긴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멈출 수가 없습니다. 한 달을 벌었다고 안도하는 사이, 빚의 총량은 불어나고 빌릴 수 있는 곳의 조건은 나빠집니다. 처음엔 호미로 덜어낼 수 있었던 흙더미가, 막으면 막을수록 제 삶 전체를 퍼내야 하는 거대한 가래질이 되어버렸습니다. 한 건의 연체를 그냥 맞았더라면 끝났을 일을, 그것을 피하려다 돌이킬 수 없는 늪으로 만든 것입니다.

연체는 신호일 뿐입니다. '지금 무언가 잘못되고 있으니 멈춰서 점검하라'는 경고등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 경고등을 끄는 데만 매달렸습니다. 불이 켜진 이유를 들여다보는 대신, 불빛이 보기 싫어 자꾸 덮어버린 셈입니다. 경고등을 끈다고 해서 엔진의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대로 달리다 엔진이 통째로 망가집니다.

그러니 지금 연체가 두려워 무언가를 막으려 하고 계신다면, 잠시 멈춰 주십시오. 막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한 건의 연체는 당신을 끝내지 못하지만, 그것을 막으려는 끝없는 무리수는 당신을 끝낼 수 있습니다. 무엇을 막을지 고민하기 전에, 왜 막아야 하는 상황까지 왔는지를 먼저 보셔야 합니다.

같은 길을 끝까지 걸어 반대편에 서 본 사람으로서, 이제는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폐업도, 회생도, 파산조차도 당신이라는 사람을 끝내지 못합니다. 그것들은 당신의 인생이 아니라, 당신이 한동안 짊어졌던 짐이 정리되는 과정일 뿐입니다. 빚은 법이 정한 절차 안에서 정리할 수 있고, 신용은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며, 닫은 병원은 언젠가 다른 형태로 다시 열 수 있습니다. 제가 그 증거입니다. 한때 세상이 끝났다고 믿었던 사람이,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까요.

물론 쉬웠다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지나오는 동안 많은 것을 잃었고, 아직도 정리하고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다만 제가 두려워했던 그 '완전한 끝'은 오지 않았습니다. 끝이라고 믿었던 자리는, 지나고 보니 다음으로 넘어가는 문턱이었습니다.

무너질 것 같던 날의 다음 날에도, 해는 떴습니다. 저를 정말로 무너뜨릴 뻔했던 것은 그 두려움과, 두려움이 시킨 무리수였습니다. 부디 당신은, 막는 데 삶을 쓰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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